“아스퍼거”라는 말은 여전히 일상에서 쓰이지만, 진단서에서는 사라졌습니다. 어릴 때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들었던 사람이 성인이 되어 다시 평가를 받으면 다른 이름을 받고, ADHD와 함께 진단되기도 합니다. 이 글이 답하는 질문은 네 가지입니다. 아스퍼거 장애라는 진단명은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사라졌는가, 왜 자폐스펙트럼으로 통합됐는가, 이름을 둘러싼 역사 논쟁은 무엇인가, 그리고 ADHD와의 동시 진단 규칙은 어떻게 바뀌었는가입니다.
짧은 답은 이렇습니다. 2013년 DSM-5가 네 개의 별도 진단을 자폐스펙트럼장애 하나로 합치면서 아스퍼거 장애는 독립된 범주로서 사라졌고, 2022년 발효된 ICD-11도 같은 방향입니다. 통합의 근거는 여러 기관이 같은 아이를 다르게 분류한다는 실증 자료였습니다. 같은 개정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와 ADHD의 동시 진단이 허용됐습니다. 이 글은 공존 전체를 다루는 상위 글 “ADHD와 함께 오는 상태들”의 하위 글입니다.
목차
네 개의 진단이 하나가 된 경위
미국정신의학회(APA)의 DSM-5 자폐스펙트럼장애 팩트시트는 통합 전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DSM-IV에서는 자폐성 장애, 아스퍼거 장애, 소아기 붕괴성 장애,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전반적 발달장애라는 네 개의 별도 진단이 가능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별도 진단들이 여러 클리닉과 치료 기관에서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도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예전에는 전반적 발달장애라고 불렸으며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레트장애, 소아기 붕괴성 장애,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전반적 발달장애를 포함했다고 씁니다.
APA가 펴낸 DSM-IV-TR에서 DSM-5로의 변경 요약은 통합의 논리를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새 이름은 이전에 별개였던 네 장애가 실제로는 두 핵심 영역에서 증상 심각도가 다른 하나의 상태라는 과학적 합의를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두 핵심 영역은 사회적 의사소통과 제한적·반복적 행동입니다. 팩트시트는 통합 이후 증상이 연속선 위에 놓이며, 어떤 사람은 경미하고 어떤 사람은 훨씬 심한 증상을 보인다고 덧붙입니다.
진단이 사라지면 기존 진단자는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답도 팩트시트에 있습니다. DSM-IV의 네 전반적 발달장애 중 하나로 진단받은 사람은 DSM-5의 자폐스펙트럼장애 기준을 여전히 충족하거나, 더 정확한 다른 DSM-5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DSM-5 현장시험 분석에서는 유병률에 유의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나타났고, 2012년 발표된 연구에서 DSM-5 기준은 임상적으로 DSM-IV 전반적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아동의 91%를 식별했습니다.
통합의 실증 근거 — 기관마다 다른 이름을 붙였다
통합 결정의 핵심 자료는 2012년 발표된 12개 대학 기반 기관의 관찰 연구입니다. 표준화된 도구(ADI-R, ADOS)로 자폐스펙트럼 기준을 충족하고 임상 진단을 받은 4~18세 2,102명을 분석했습니다. 표준화 검사 점수의 분포는 기관 간에 비슷했지만, 어느 하위 진단(자폐성 장애·아스퍼거 장애·달리 분류되지 않는 전반적 발달장애)을 붙이는가에서는 유의한 기관 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표준화 도구를 충실히 쓰는 기관들 사이에서도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범주적 하위 진단 구분은 신뢰할 수 없었고, 결과는 기존 하위 집단에서 핵심 특징의 차원적 기술로 옮겨 가는 것을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아이가 어느 병원에 갔느냐에 따라 “아스퍼거”가 되기도 “자폐”가 되기도 했다는 뜻입니다. 이 연구는 관찰 연구이며 DSM-5 현장시험 자체는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 둡니다.
사라진 것과 남은 것 — 세 체계의 비교
아래 표는 2026년 9월 9일 기준으로 APA 공식 문서와 WHO 발표, 학술 논평에서 확인된 범위만 담았습니다. ICD-11의 세부 코드 문구는 공식 브라우저에서 직접 확인이 필요해 구조만 적었습니다.
| 체계 | 아스퍼거의 위치 | 구조 |
|---|---|---|
| DSM-IV(APA) | 독립 진단 “아스퍼거 장애” | 전반적 발달장애 아래 네 개의 별도 진단 |
| DSM-5(APA, 2013) | 독립 범주 없음, 자폐스펙트럼장애로 통합 | 두 핵심 영역별로 필요한 지원 수준 1~3단계 |
| ICD-11(WHO, 2022 발효) | 독립 범주 없음,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래 기술 | 지적발달과 기능적 언어 손상 여부로 세분 |
DSM-5의 “지원 수준”은 이름이 바뀐 것 이상을 뜻합니다. 2014년 학술 논평은 DSM-5 자폐스펙트럼장애에 세 가지 심각도 분류가 있다고 정리합니다. 1단계 “지원이 필요함”, 2단계 “상당한 지원이 필요함”, 3단계 “매우 상당한 지원이 필요함”이며, 사회적 의사소통과 제한·반복 행동 두 영역에 각각 적용됩니다. 같은 논평은 이 단계들을 구분하는 정량적 방법이나 실무 권고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의 “아스퍼거”에 가장 가까운 자리는 지적 발달과 언어에 뚜렷한 지연이 없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이지만, 일대일로 대응되는 이름은 아닙니다.
WHO는 2022년 2월 ICD-11이 질병과 사망 원인의 국가·국제 기록에 공식 발효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약 17,000개의 고유 코드와 12만 개 이상의 부호화 용어를 갖추고 완전히 디지털화된 체계입니다. ICD-11 역시 별도의 아스퍼거 범주를 두지 않고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래에 지적발달과 언어 기능에 따른 명시자로 기술합니다.
이름을 둘러싼 역사 논쟁
진단명이 사라진 뒤 이름 자체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2018년 빈 의과대학의 의학사 연구자가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한스 아스퍼거가 나치 정권에 순응했고, 충성의 표명에 대한 대가로 경력의 기회를 얻었으며, 나치당 자체에는 가입하지 않았으나 여러 관련 조직에 가입했고, 강제 불임을 포함한 인종위생 정책을 공개적으로 정당화했으며, 여러 차례 아동 “안락사”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 논문은 아스퍼거가 국가사회주의의 원칙적 반대자였고 나치 “안락사”와 다른 인종위생 조치로부터 환자들을 용감하게 지켰다는 서사가 역사적 증거 앞에서 성립하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진단명의 폐기가 이 논문 때문은 아닙니다. DSM-5는 2013년, 논문은 2018년입니다. 그러나 이 연구 이후 “아스퍼거”라는 표현을 계속 쓸 것인가에 대한 당사자 공동체의 논의가 더해졌습니다. 이 사이트는 공식 진단 체계를 따라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이름을 씁니다.
ADHD와의 동시 진단이 허용된 변화
이 개정에서 ADHD 독자에게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따로 있습니다. APA의 변경 요약은 DSM-5의 ADHD 항목 변경 사항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와의 공존 진단이 이제 허용된다”를 명시합니다. DSM-IV에서는 전반적 발달장애의 경과 중에 나타난 주의력 문제를 ADHD로 진단하지 않는 배제 규칙이 있었습니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성인 ADHD 항목에 남아 있는 “증상들이 전반적 발달장애 중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라는 서술은 그 옛 규칙의 흔적입니다.
영국 NICE NG87도 같은 방향입니다. 전반적 발달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ADHD를 배제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으며(권고 1.3.3),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사람은 일반 인구보다 ADHD 유병이 높을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권고 1.2.1).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자폐스펙트럼장애 항목은 과잉행동과 주의력 결핍을 흔한 동반 증상으로 들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뜻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주의력·충동성의 어려움은 서로를 배제하지 않으며, 둘 다 있을 때 하나만 진단하면 다른 하나의 어려움이 설명되지 않은 채 남습니다. 어릴 때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들었고 지금 주의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성인이라면, 현행 체계에서는 두 가지를 함께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두 상태가 겹치는 부분과 다른 부분은 아래 관련 글에서 다룹니다.
스스로 정리해 둘 것
과거 진단명을 갖고 있다면 다음을 정리해 두십시오. 어느 해에 어떤 체계(DSM-IV인지 DSM-5인지)로 평가받았는지, 당시 지적 발달과 언어 발달에 대한 평가가 있었는지, 주의력·충동성 문제는 그때 평가에 포함됐는지 아니면 배제됐는지입니다. 옛 진단서의 이름이 지금 체계의 어느 자리에 해당하는지는 평가자가 현행 기준으로 다시 봅니다.
이 글의 근거 수준은 “강함”입니다. 진단 체계의 변경 내용은 APA와 WHO의 공식 문서로, 통합의 근거는 동료심사 학술지의 대규모 연구로, 역사 논쟁은 1차 사료를 검토한 학술 논문으로 확인됩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 ADHD와 함께 오는 상태들 — 공존이 기본값인 이유 — 이 글이 속한 지도입니다.
- ADHD와 자폐 스펙트럼 — 겹치는 부분과 다른 부분 — 두 상태의 실제 구분입니다.
- ADD라는 말은 왜 사라졌나 — 같은 방식으로 사라진 또 하나의 이름입니다.
- ADHD 진단기준 — DSM-5-TR이 규정하는 세 가지 유형 — 현행 진단 체계입니다.
- 틱과 ADHD가 함께 있을 때 — 같은 시리즈의 공존 상태입니다.
- 우울과 ADHD가 겹칠 때 — 성인기의 공존 상태입니다.
- 경계선 지능과 ADHD — 진단명이 아닌 상태와의 구분입니다.
참고 자료
-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 — DSM-5 자폐스펙트럼장애 팩트시트(PDF)
-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 DSM-IV-TR에서 DSM-5로의 주요 변경(PDF)
- Lord 등 2012, Arch Gen Psychiatry — 12개 기관의 자폐스펙트럼 하위진단 신뢰도
- Weitlauf 등 2014, J Autism Dev Disord — DSM-5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원 수준 논평
- Czech 2018, Molecular Autism — 한스 아스퍼거와 국가사회주의
- WHO 2022-02-11 — ICD-11 2022 발효 안내
-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 자폐스펙트럼장애
- NICE NG87 — 권고 1.2.1, 1.3.3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심리학적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자가평가 결과는 진단이 아니며, 일상에 지장이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가의 평가를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