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와 함께 오는 상태들 — 공존이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인 이유

ADHD 평가를 받으러 갔는데 불안이나 우울, 틱, 학습 문제가 함께 거론되어 당황하는 분이 많습니다. “하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여러 개라니, 진단이 잘못된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이어집니다. 이 글이 답하는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ADHD에 다른 상태가 함께 오는 것이 얼마나 흔한가, 그리고 함께 있을 때 무엇이 달라지고 평가에서 무엇을 먼저 보는가입니다.

짧은 답은 이렇습니다. ADHD만 단독으로 있는 경우가 오히려 소수입니다. 국내 학회와 공공 자료, 대규모 조사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며, 그래서 평가는 처음부터 “무엇이 같이 있는가”를 묻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전체 지도를 그리고, 틱·우울·경계선 지능·아스퍼거라는 네 가지 개별 주제는 뒤이어 공개되는 글에서 따로 다룹니다.

얼마나 흔한가 — 표본에 따라 숫자가 다른 이유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여러 연구를 종합해, ADHD로 진단되는 경우의 67~80%에서 다른 정신과 질환이 하나 이상 동반되며 순수하게 ADHD만 있는 경우는 20~33%에 불과하다고 정리합니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의 소아 ADHD 항목은 50% 이상에서 공존 질환이 진단된다고 쓰고, 성인 ADHD 항목은 한 가지 이상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이 동반되는 비율을 70% 이상으로 제시합니다.

숫자가 50%에서 80%까지 벌어지는 것은 조사 대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온 사람을 세면 높게 나오고, 건강보험 청구 기록처럼 “실제로 진단 코드가 붙은 경우”만 세면 낮게 나옵니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건강보험 청구자료 878,996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정신과 공존 진단이 하나 이상 있는 비율이 성인 61.84%(95% 신뢰구간 61.74~61.93), 소아청소년 78.72%(95% 신뢰구간 78.53~78.91)였습니다. 같은 자료에서 소아청소년의 불안장애 진단은 9.94%, 적대적 반항·품행장애는 9.56%로, 임상 표본보다 훨씬 낮습니다. 청구 기록은 “진단받아 청구된 것”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한 병원의 임상 표본은 훨씬 높습니다. 2004~2005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5~16세 ADHD 아동 105명을 평가한 연구에서는 80명(76.2%)이 하나 이상의 공존 상태를 가졌고, 적대적 반항장애가 53명(50.5%), 불안장애가 35명(33.3%), 정동장애가 15명(14.3%)이었습니다. 어느 숫자가 맞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을 세었느냐를 함께 읽어야 합니다.

무엇이 함께 오는가 — 상태별 범위

아래 표는 2026년 9월 9일 기준으로 공개 자료에 실린 범위를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단일 값이 아니라 범위로 적힌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표본 차이 때문이며, 범위의 중간을 대표값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공존 상태보고된 비율대상·출처
적대적 반항장애45~84%소아청소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품행장애·물질 관련15~56%소아청소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불안장애25~50%소아청소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불안장애47.1%(12개월)미국 18~44세 성인 ADHD, NCS-R
우울장애약 30% 이하소아청소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주요우울장애18.6%(12개월)미국 18~44세 성인 ADHD, NCS-R
틱장애10%소아청소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물질사용장애15.2%(12개월)미국 18~44세 성인 ADHD, NCS-R

성인 자료로 자주 인용되는 미국 국가공존질환조사(NCS-R)는 18~44세 가구 표본 3,199명을 면접하고, 그중 154명을 선별 결과를 모르는 임상가가 다시 면접한 조사입니다. 이 조사에서 성인 ADHD군의 12개월 공존율은 기분장애 전체 38.3%(교차비 5.0, 95% 신뢰구간 3.0~8.2), 불안장애 전체 47.1%(교차비 3.7, 95% 신뢰구간 2.4~5.5), 물질사용장애 15.2%(교차비 3.0, 95% 신뢰구간 1.4~6.5)였습니다. 교차비는 “ADHD가 없는 사람에 비해 몇 배 흔한가”이지 절대 위험이 아니며, 이 조사는 이중눈가림 임상시험이 아니라 면접 조사라는 점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이 목록에서 네 가지를 이어지는 글에서 따로 다룹니다. 틱장애는 학회 자료에서 10%로 낮아 보이지만 투렛장애 쪽에서 보면 절반 이상이 ADHD를 함께 갖습니다. 우울은 성인이 처음 병원을 찾는 이유가 되는 경우가 많아 순서를 가르는 문제가 생깁니다. 경계선 지능은 진단명이 아니어서 목록에 잘 오르지 않지만 학습·주의 문제에서 자주 겹칩니다. 아스퍼거는 진단명 자체가 사라지면서 ADHD와의 동시 진단 규칙이 바뀐 경우입니다.

순서가 있다 — 무엇이 먼저 오는가

공존 상태는 무작위로 겹치지 않고 대체로 순서를 갖습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의 정리에 따르면 수면장애나 자폐범주장애는 ADHD가 뚜렷이 진단되기 전에 대개 진단되고, 학습장애와 유뇨증은 ADHD로 진단될 무렵에 함께 드러나며, 나머지 대부분의 동반 질환은 ADHD가 진단된 다음에 이차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이차적으로 생긴 상태”는 원인이 되는 어려움을 다루지 않으면 잘 줄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성인 ADHD 항목은 성인이 되어 처음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을 때 공존 질환만 치료하게 되기 쉽고, 그 경우 치료 효과가 기대보다 낮거나 경과가 나빠지고 재발이 잦아질 수 있다고 씁니다. 같은 학회 자료에는 동반질환이 두 개, 세 개로 늘수록 기능 문제가 심각해지고 정신보건서비스 이용도 늘어난다는 서술이 있습니다.

함께 있으면 증상이 다르게 보인다

공존 상태는 ADHD의 겉모습을 바꿉니다. 불안이 함께 있으면 충동적인 행동을 자제하는 데 다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충동적인 행동 때문에 자꾸 지적당하면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사회불안이 더 커지기도 합니다. 조용하고 위축된 아이의 주의력 문제가 늦게 발견되는 경로 중 하나입니다.

기분장애가 함께 있으면 진단 자체가 흔들립니다. 우울장애나 양극성장애의 진단기준에도 “집중력의 감소, 주의산만”이라는 항목이 들어 있어서, 같은 증상이 어느 쪽에서 왔는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학회 자료는 ADHD와 기분장애가 진단이 혼동되는 경우도 많고 동반되는 경우도 많아 주의 깊은 평가가 필요하다고 씁니다. 학습장애가 겹치면 집중의 어려움과 학습기술의 어려움이 서로를 가중시켜 학습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미국의 다중양식치료연구(MTA)는 7~9.9세 ADHD 복합형 아동 579명의 자료에서 공존 양상에 따라 세 가지 임상 프로필을 구분했습니다. 불안을 동반한 ADHD, 적대적 반항·품행 문제를 동반한 ADHD, 둘 다 동반한 ADHD입니다. 연구진은 이 세 집단이 “순수한” ADHD와 다른 아형으로 분류할 만큼 뚜렷할 수 있다고 썼고, 치료 반응도 집단마다 달랐습니다. 공존 양상이 곧 개입의 설계를 바꾼다는 뜻입니다.

평가에서 무엇을 먼저 보는가

영국 NICE 가이드라인 NG87은 진단 과정의 일부로 그 사람의 필요, 공존 상태, 사회적·가족적·교육 또는 직업 환경, 신체 건강을 함께 평가하라고 권고합니다(권고 1.3.4). 아동·청소년이라면 부모나 보호자의 정신건강도 평가 대상입니다. 같은 가이드라인은 반대 방향도 명시합니다. 적대적 반항장애나 품행장애, 기분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틱장애, 학습장애가 있는 사람은 일반 인구보다 ADHD 유병이 높을 수 있으니 유념하라는 것입니다(권고 1.2.1).

또 하나 바뀐 규칙이 있습니다. NG87은 전반적 발달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또는 발병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ADHD를 배제하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권고 1.3.3). 성인 의뢰 기준에도 “다른 정신과 진단으로 설명되지 않아야 하지만, 다른 공존 상태가 있을 수는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공존이 배제 사유가 아니라 평가 항목이 된 것입니다.

성인에서 여러 상태가 함께 있을 때 어느 것부터 다루는지에 대해 문헌의 합의는 단순합니다. 가장 심하고 기능을 가장 크게 손상시키거나 상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문제를 먼저 다룬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그것인지는 본인이 정하기 어렵고, 평가자가 전체 그림을 본 뒤 정합니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은 ADHD 진단 시 전반적인 인지기능, 학습장애, 실행기능을 보기 위해 지능 평가를 포함한 심리평가를 시행한다고 안내하는데, 이 검사들이 무엇을 재는지는 아래 검사·평가 도구 글에서 다룹니다.

스스로 정리해 둘 것

평가를 앞두고 있다면 증상 목록보다 시간표가 유용합니다. 주의력 문제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불안이나 기분 저하는 그 뒤에 생겼는지 아니면 따로 시작됐는지, 틱이나 학습 어려움이 어느 시기에 나타났는지를 연도별로 적어 두면 평가자가 순서를 읽기 쉽습니다. 이 기록은 진단을 대신하지 않지만, 어느 것이 이차적인지 판단하는 재료가 됩니다.

이 글의 근거 수준은 “강함”입니다. 국내 학회·공공 자료, 국가 규모 청구자료, 대규모 면접 조사, 국제 가이드라인이 같은 결론을 냅니다. 다만 개별 비율은 표본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특정 숫자 하나를 자신에게 대입하지는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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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심리학적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자가평가 결과는 진단이 아니며, 일상에 지장이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가의 평가를 받으십시오.